By Eugene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에서 학생성가대 지휘를 했었습니다. 저는 토요일만 되면 성가대 악보를 복사하러 복사집을 찾아갔습니다. 성가대 악보나 찬양단 악보는 언제나 복사를 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성가대 악보 맨 밑에 보면 이런말이 써있었습니다. "불법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이 글귀를 볼 때마다 그게 무슨말인지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불법 무단복제가 되는 것일까 궁금했었습니다. 하핫~ 제가 하는 복사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저를 두고 하는 말인지 그 땐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복사하는거 자체가 불법이라는 걸 알고나서도 여전히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아니, 복사를 안하면 사람수마다 악보를 전부 다 사야되는데 그 많은 악보를 어떻게 사지?" 저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제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_-
놀라운건 2017년인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런걸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드릴게요. 미국에 있는 어느 한인교회의 성가대에 미국사람이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연습이니까 복사된 악보를 보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언제 진짜악보를 받냐고 물어보는데 그걸 지켜보던 관계자분께서 민망해서 혼났다고 하시더라구요. 교회에서 대놓고 복사를 하니 미국인이 바라볼 때는 충격 그자체였던 것이었습니다. 대놓고 도둑질한거나 똑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가요? 주보나 자체적으로 만든 인쇄물 외에 악보나 책을 복사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적어도 교회에서는요!! 혹시 이 말이 만도 안된다거나 충격으로 다가오시는 분이 계신가요? 잘 생각해 보세요.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 그냥 우리는 잘못된 문화 속에 빠져 있었던 것 뿐입니다. 옛날에는 모르고 그랬다 치구요, 앞으로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책이나 악보는 복사해도 상관없는게 아닙니다. 판매하는 악보는 무조건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한 때 "악보통" 이라는 곳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 작업료가 너무 작아서 결국은 그만두었는데요, 판매되는 악보가격이 너무 낮은걸 보면서 작업료가 작은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가격이 기억이 나질 않아 악보통 페이지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멜로디와 피아노의 악보가 1,400원 하네요...
자, 그럼 제가 즐겨 이용하는 미국사이트인 http://www.musicnotes.com 는 이런 3단 악보가 얼마일까요?
오른쪽에 보면 $5.50이라고 써있네요. 우리돈으로 6천원이 좀 넘습니다. 한국 악보에 비해 거의 5배나 비쌉니다. 다들 미국악보는 엄청나게 비싸다고 생각하시겠죠? 물론 디지털 악보이기 때문에 악보책보다는 훨씬 비싼게 맞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에는 미국악보가 비싼게 아니라 한국악보가 말이 안되게 싼것입니다. 한국에 비해 악보가 5배 더 비싸다면 작업료도 5배 더 많이 줄 가능성이 생기겠죠? 제가 악보통에서 일할 때 늘 했던 생각이 5배 정도는 더 받아야 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미국악보 가격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충격적인 이야기 해드릴게요. 만약 이런 악보를 저한테 개인적으로 부탁한다면 저는 얼마를 받을거 같나요? 멜로디에 피아노 악보 정도면 십만원~ 2십만원 정도 받습니다. 비싸죠? 하지만 작업하는 시간을 따지면 그 정도가 적절한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악보사이트에서 파는 악보들은 무진장, 엄청시리, 대따 싼것입니다!! 뮤직노트에서 다시 악보통으로 넘어 올게요. 악보통에는 놀랍게도 풀밴드악보를 판매합니다!! 제가 옛날에 작업했던 악보들이 여전히 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가격을 보시면 알겠지만 총보가격이 단 돈 3,100원입니다. 참...
맨 밑에 보시면 밴드스코어 패키지라는게 있는데 그건 밴드스코어와 파트보, 그리고 단선악보까지 다 들어있는 말그대로 패키지입니다. 4,100원... 미국에서 판매되는 멜로디+피아노 악보보다 저렴합니다.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저한테 이런 밴드스코어 악보를 개인적으로 부탁했다면 절대로 안해줄 악보들입니다. 절대로 안해줍니다!!
4천원이 아니라 5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큰 돈주고 악보 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거 당연히 잘 알기에...
그나저나 오랜만에 악보통에서 만든 악보를 보니 추억이 돋네요~ 앨범들으면서 모든파트를 한음 한음 전부다 카피한 악보입니다.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몇 번이나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먹고 살아야 했기에,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에 죽어라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겁니다. 복사는 당연히 불법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복사를 할까요? 한국사람들은 지적 재산에 대해서는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적인 재산인 악보나, 책, 소프트웨어같은 것에 돈을 쓰는것을 아깝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거 만드느라 몇날 몇일을 밤을 새고 수고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보수가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퀄리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업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저희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음악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좀 더 정확히 교회에서 음악하시는 분들이 많겠죠.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악보는 무조건 악보통에서 구입해서 사용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게 정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싸지도 않습니다. 아니, 너무 쌉니다. 눈물 날 정도로 쌉니다... 여러분들께서 많이 이용해 주셔야 회사가 살 수 있고,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편곡자들에게도 그에 합당한 페이가 지불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악보의 질은 당연히 올라가는 거구요. 회사가 발전하면 그 이익은 구매자들에게 또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선순환이죠!! 커피 한 잔 아끼면 밴드스코어 풀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겁니다...
(참고로 악보통이랑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만든 악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저한테는 1원도 안떨어집니다.)
지금도 낮은 임금으로 악보통에서 일하고 계실 편곡자님들 생각하면 남 일 같지가 않네요...
포스팅이 좀 무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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