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ugene
1995년은 제가 대학생 새내기가 되는 해였습니다. 저는 부산 영도에 있는 고신대하교 교회음악과(그당시에는 종교음악과)를 졸업했습니다. 그 당시, 학교에 행사들이 있으면 찬양하는 시간이 꼭 있었습니다. 고신대의 몇몇 찬양팀 중의 한 팀이 맡아서 찬양인도를 했는데요, 찬양팀들마다(사실은 두 팀) 서로 자기네가 하겠다고 해서 총학생회에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그 때 고신대에는 정오 찬양단, 오픈 윈도우(고신대 전도단), 울림 찬양단, 마라나타 찬양단 이렇게 네 개의 찬양팀이 있었습니다. 서로 자기가 하겠다던 메인팀은 정오와 오픈 윈도우였습니다. 이 두 팀은 고신대에서 덩치가 큰 동아리였기 때문에 확실히 이런 알력 다툼이 많이 일어 났었습니다. 나머지 울림과 마라나타는 아주 영세한 별볼일 없는 동아리였죠. 저는 마라나타에 있었습니다.
결국 총학에서 '학교 행사 때는 그냥 이 네 팀이 뭉쳐서 하라' 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름도 찬란한 '고신대 연합 찬양단(고연찬)' 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ㅋㅋ 아~ 옛 추억 쩌네요. 그러나 찬양인도는 영세한 두 팀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찬양인도자는 역시 정오의 김전도사님 아니면 오픈윈도우의 강전도사님의 차지였습니다. 그리고 싱어들은 네 팀에서 골고루 몇 명씩 뽑았구요. 엄청난 떼창부대가 되었죠. 연주는 제가 있던 마라나타에서 주로 맡았습니다. 연주는 그나마 저희팀이 가장 나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저희팀은 음악 전공자들이 많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정오에서 저희팀을 보고 '저팀은 영적으로는 레벨이 상당히 낮은데 음악만 잘하는 음악팀이다.' 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말이 한편으론 기분이 나빴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좋은 말이었습니다. 잘하는 거 하나는 있었던 거였으니까요.^^
95년인지 96년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학교에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번에는 연주팀도 섞어서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내심 탐탁치 않았습니다. 연주팀을 섞어버리면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그냥 악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몇몇 곡은 악보도 만들고 인트로도 만들어서 음악적인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바로 이 때 저의 불후의 명밴드 편곡 "생명 주께 있네" 가 탄생하게 됩니다.ㅋㅋ
행사가 몇 일 동안 계속되는 거였는데 이 곡은 이틀째 했던 곡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말입니다. 첫째날 집회가 마친 후 자취방에 들어가서 후딱 편곡하고 악보를 나누어 주어서 다음날 이 곡을 연주했는데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Rock과 Metal음악에 많은 관심이 있었을 때라서 이 곡을 80년대 풍의 신나는 8beat Rock 느낌으로 편곡을 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일렉기타를 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렉기타가 없는 요상한 락음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에도 이 곡은 저희팀에서 늘 연주했던 주요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몇 년 흘렀습니다. 그 때 저는 차가 다니지 않는 대동이라는 아주 외딴 곳에 있는 녹음실에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찬양팀이 녹음을 하러 왔습니다. 무슨 팀인가 했더니 정오 찬양단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세월이 몇 년 흘렀기 때문에 제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팀이 녹음하는 동안 저와 남자 몇 명은 밖으로 쫓겨나야만 했습니다. 여름 밤 시골의 저녁공기를 느끼며 약간 비참해 하고 있는데 아주 익숙한 음악소리가 밖으로 살짝 새어나왔습니다. "앗~ 저곡은 내가 편곡한 버젼의 생명 주께 있네?" 깜짝 놀랬습니다. 반갑기도 했고 남의 편곡을 허락없이 그냥 쓴 것에 대한 기분 나쁨이 교차되었습니다. 하지만 별 상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해도 되었습니다. 한참 후배들이니까 자기들 정오찬양단 선배가 편곡했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러고보니 차유진이 정오찬양단 멤버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네요. 악보에 제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면요.ㅋㅋ
정오는 몇 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95년인지 96년에 편곡했던 저의 악보들을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도 갖고 있지 않던 악보들을요 ㅠㅠ. 저는 제가 만든 악보들을 아주 하찮게 대하던 버릇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한 편곡은 음악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오리지널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나중에 이 곡을 다시 똑같이 편곡을 하려고 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 좀 다르게 편곡된 부분이 제법 있거든요. 지금 공유할 악보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몇 년 뒤에 다시 편곡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편곡한 것이 오리지널보다 더 좋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그 당시 오케스트라 곡 쓴답시고 부산음악사에서 팔았던 오케스트라 총보악보에다 편곡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이 곡을 편곡한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제가 필라델피아에 있을 때 "필리 뉴 웨이브" 라는 연합 찬양단에서 찬양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희팀에는 바이올린을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이셨습니다. 그 때도 이 곡을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저도 징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레퍼토리가 왜 이럴까요…^^ 그 때 바이올린 파트를 추가해서 인트로의 주요 멜로디를 바이올린에게 맡겼었는데요, 이 버젼이 아마 이 곡의 마지막 버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바이올린 대신에 비올라로 바꾼 버젼도 있긴 합니다. -_-;
지금이 2013년이니까 이 곡이 나온지도 대략 30년쯤 되는거 같은데요, 혹시 아직도 이 곡을 교회에서 하신다면 잘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청장년층의 예배에서는 아직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글을 마치기 전에 이 곡의 인트로 한 번 살펴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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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소중한 악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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