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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여러분은 절대음감이신가요, 상대음감이신가요?^^

저는 상대음감인데요, 어릴 때부터 모든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 계명이 같이 들렸다고 할까요. 아무튼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그 계명을 다 알 수 있었습니다. 단, 이동도법으로만요^^;  


하지만 어느 날 절대음감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이 엄청 음악성이 좋은 아이가 있었는데요, (부산예고 바이올린 전공을 하고, 부산대 바이올린 전공을 갔다가 바이올린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다시 작곡공부를 해서 연세대를 들어갔었죠. 제가 너무 사랑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약 10년동안 연락이 전혀 되지 않고 있어서 무척 궁금하고 보고 싶은 친구예요..ㅠ) 그 친구는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완벽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 학원에 살다시피했던 저와 달리 그 친구는 저에 비해선 그리 일찍 피아노를 시작한 것도, 또 오래 친 것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진도도 엄청 빨랐을 뿐만 아니라 초견도 무지 좋았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절대음감까지 갖고 있었던 거죠. 피아노가 조율이 안되어 있어서 전체가 반음이 낮으면 그런 것까지 구분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 그 아이가 바이올린을 해서 예고를 가게 되었을 때 엄청 저한테 자랑했는데 솔직히 부럽더라구요^^; 


사실 저는 유치원 때 이후론 음악가가 꿈이었던 적이 없었기에, 중학교 2학년 때 쯤 엄마가 ‘너 혹시 작곡공부해서 예고 갈래?’라고 물었을 때 싫다고 했었어요. 전 작곡전공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었고^^; (엄마한테 그 말을 듣고 그런 이상한 전공을 왜 가냐, 기왕 가면 피아노로 가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엄마 역시 다른 악기는 레슨비가 많이 들테고 작곡은 좀 덜 들 줄 알고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알고 보니 작곡이 제일 공부할 것도 많고 레슨비도 많이 드는 전공이더라구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작곡을 공부하게 됐네요^^;)


아무튼 저도 외고로 특차지원을 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입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예고는 저희학교보다도 더 먼저 발표가 났던지라 그 아이가 예고 교정도 멋있고, 교복이 이쁘다든지 등 예고 자랑을 할 때 은근 부럽더라구요..ㅠ 음악적으로도 늘 저보다 더 음악성이 뛰어나서 부러웠던 친구였는데.. 친구야 나중에라도 혹시나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되면 나한테 연락 좀 해~~~ 보고 싶어!!


절대음감 얘기하다가 생각지도 않게 친구 이야기로 이야기가 새버렸네요^^;

어쨌든 저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작곡을 공부해서 부산대에 들어가게 됐는데요, 학교에 들어가 보니 작곡전공 10명 중에 5명인가 6명인가가 예고 출신이었고, 다른 전공도 예고 출신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다 제가 부러워하던 절대음감이더라구요. 


음악을 항상 좋아했던 저였지만, 막상 학교에 들어가서 의무적으로 음악을 배우니 웬지 하기 싫어지는 것도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청음’시간이었습니다-_- 사실 시창청음 하면 누구보다도 자신있는 저였는데, 게다가 나중에 입시학원에서 청음만 따로 가르치기까지 했지만, 대학교 청음시간은 정말 저에겐 좌절이 되는 시간이었어요..ㅠ


왜냐면 대부분의 학생을 비롯해 가르치는 교수님(피아노전공 교수님이셨죠)까지 다 절대음감이다 보니, 절대음감들이 연습하기에 적당한 레벨로 ‘조성’을 알 수 없는 어려운 것만 쳐주시는 거였어요. 그러다 어쩌다 저에겐 너무너무 쉬운 화성청음 같은 게 나오면, 다들 절대음감이라 잘 못하니 이번엔 엄청 쉬운 레벨로만 내주셨죠..-_-; 저한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과목이었어요! (억울하다는..ㅠ 혹시나 다음에 제가 청음교수가 되면 반대로 문제를 내겠어요ㅋㅋㅋ농담입니당.)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절대음감이라고 해서 다 부러워 할 것이 아닌 게,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더라는 거예요. 제 친구는 정말 거의 완벽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에게 절대음감이라서 불편한 거 없냐고 물었을 때, 가끔 b음이 #음으로 들린다든지 하는, 이명동음 때문에 불편하다고 하더군요-_- 뭐 그런 거야 사실 조금만 연습하면 문제될 게 없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처럼 완벽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더란 거죠. 말만 절대음감이지, 실제로 음악함에 있어선 저보다 훨씬 못 듣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저처럼 거의 완벽한 상대음감이 음악을 하는데 있어 더 유리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저는 음이 너무 빨리 지나가지만 않으면 듣는 순간 바로바로 모든 음이 들리니깐요. 


하지만 저도 치명적인 단점, 약점도 많아요..ㅠ

사실 몰랐는데, 제가 옥타브 구분을 잘 못하더라구요.. 실컷 다 카피하고 나서 보면 전체를 한 옥타브 높이거나 내려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_-

그리고 너무 낮은 저음도 잘 못들어요. 베이스 카피 같은 걸 할 때 너무 저음이면 무슨 음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있더라구요.. 오히려 그런 음들은 베이스를 많이 친 남편이 금방 듣더라구요.

그리고 저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ㅠ 바로 연주하는 중에 조를 헷갈려 버리는 거예요. D조로 연주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E조인 줄 알고 혼자 E조로 친다든지, 완전 말도 안되게 관계 없는 조로 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ㅠ 모니터가 되지 않으면 진짜 혼자 계속 다른 조로 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ㅠ 무슨 조든지 상관없이 저에겐 다 똑같이 들리니깐 말예요.. 


하지만, 상대음감인 덕분에 유리한 점이 저는 훨씬 더 많았던 거 같아요. 한 곡을 알면 모든 조로 다 이조가 가능하구요, 또 어떤 곡이든 초견에 노래 부르는 것도 더 쉽게 잘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상대음감이라고 해도 꼭 바로 잘 되는 것은 아니었구요, 저 또한 많은 연습을 해서 더욱 완벽하게 되도록 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쉬운 곡을 12키로 연습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한 때 많이 연습했었구요, 또 반대로 어떤 조의 악보를 보든 다 이동도법으로 읽는 연습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을 최대로 키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남들보다 쉽게 잘 듣는 만큼 카피를 많이 하기도 했는데, 이런 것도 다 재능을 계속 유지, 개발시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절대음감인데 알고 보니 별로 완벽하지 않는 절대음감인 경우도 사실 연습에 따라 얼마든지 더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면 연습을 하지 않아 더 개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음악적 재능도 얼마든지 연습에 따라서 개발이 더 되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물론 본인의 의지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아주 중요하겠죠. 


아무튼 결론은, 자신이 절대음감이든 상대음감이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기만 하면 어느 것이 꼭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얼마든지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거죠. 이건 꼭 절대음감, 상대음감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니 어떤 것이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더 개발시키면 언젠가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 할 만한 것이 될 날이 올 것입니다. 또한 자기가 어떤 것을 잘한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그것도 더 개발하면 더욱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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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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