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lia on Thursday, June 28, 2012 at 11:07pm
어려서부터 클래식만을 주로 들었던 나는 국민음악이라고 하는 소위 뽕짝을 아주 싫어한다. (사실 뽕짝에 대해서도 좀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재즈공연을 보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는 클래식이 아닌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악에 다양한 장르가 있는 만큼, 각 장르별 음악가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주로 클래식하는 사람들은 그 외의 음악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마찬가지로 재즈하는 사람들도 재즈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음악을 무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 대중음악하는 사람들은 대중음악이 클래식이나 재즈 못지 않는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실용음악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인이 태진아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하는 말을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음악의 취향은 다 다를 수 있다. 나 또한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나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베토벤은 바로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을 완성한 음악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을 한 사람이며, 그 소나타 형식이라는 것은 제시부 – 전개부 – 재현부 의 구성으로 아주 짧은 동기 하나를 가지고 엄청나게 발전시켜 대곡을 만드는 것으로, 사실 작곡, 이론적으로 보면 클래식은 과연 독보적으로 모든 장르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음악들도 어떤 면에서는 클래식 못지 않은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즈 같은 경우는 작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간단한 테마의 곡으로도 엄청난 편곡과 즉흥연주(Improvisation)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연주자의 기량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레코딩(Recording)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음악사적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면 과거 음악사적으로 봤을 때 역사에 남는 사람은 결국 연주자가 아닌 작곡자였기 때문이다. 연주자가 아무리 당대 명성을 떨쳤다고 해도, 레코딩 기술이 없던 시대에는 연주자는 죽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작곡자는 당대에는 무명의 음악가였지만 죽고 난 후 그의 작품이 발견되어 연주되어지면서 새롭게 발견되고 빛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 예로 슈만과 클라라가 있다. 당대에 클라라는 리스트에 버금가는 천재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쳤고, 슈만은 아내에게 빛이 많이 가려진 작곡가였지만, 음악사에서 남는 것은 클라라의 연주가 아니라 슈만의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리스트는 엄청난 연주가이자 작곡가였지만, 그의 연주는 전설로만 남고 있고 연주적인 기교에만 치중한 그의 작품들은 작곡적으로는 인정을 별로 받지 못한다. 다 레코딩이 없었던 시대라 그들의 연주를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코딩이라는 기술이 생기면서 연주자들도 자신의 음악을 길이 남길 수 있게 되었고, 음악사에서 이젠 작곡자보다 연주자가 더 인정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수많은 음악가 후보생들이 작곡과 이론을 공부하기 보다는 훌륭한 연주자가 더 되고 싶어한다.
레코딩은 전기의 발명의 결과이며, 레코딩과 더불어 일렉기타, 베이스 등 전기를 사용하는 여러 악기들과 마이크, 스피커, 방송 등의 새로운 시스템의 등장이 결국 재즈, 블루스, 락앤롤, 락, 펑키, 컨트리 등의 수많은 새로운 음악 장르들을 만들어 냈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그 결과 클래식 음악가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그만큼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대중음악 작곡에서는 클래식 음악 작곡만큼의 엄청난 음악 이론 공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시퀀싱 프로그램 등의 작곡 프로그램과 믹싱 기술 등과 그 외의 다른 능력들을 요구한다. 심지어 때로는 작곡자의 작곡 능력 보다도 작사 능력이 더 인정을 받기도 한다. 클래식 작곡을 공부한 음악가들은 너무 난해해서 보통 사람들은 듣기도 힘든 (클래식) ‘현대음악’ 등을 만들며 클래식 음악계에서만 활동하거나 아니면 영화음악 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좁다. 클래식 악기나 성악을 공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공부하기 힘든 만큼 최고의 음악을 공부했다는 자부심들을 다들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서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아주 좁다. 아주 잘해야 시립합창단, 시립교향악단 등에 들어갈 수 있고, 그렇다고 해도 연주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일반 대중에게는 클래식은 수많은 음악 장르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클래식 매니아 아닌 이상 굳이 클래식 연주를 들으러 갈 이유가 없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세계적 음악가인 조수미가 공연을 하고 같은 시간에 MBC 같은 방송국에서 가요프로그램 방청의 기회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방청을 선택할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유명가수들의 단독 콘서트와 뮤지컬 등의 공연이 있으니 클래식은 대중에게 찬밥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을 필요로 하고 반기는 곳이 있으니 바로 교회이다. 하지만 교회에서도 장르 싸움은 있다. 교회에서도 이젠 재미없는 클래식보다 락 등의 장르로 더 어필이 되는 찬양팀 멤버들이 더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성가대를 아예 없애는 교회도 생기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흑인교회에서는 아무래도 흑인교회라 그렇겠지만 성가대와 찬양팀의 구분이 없이 찬양팀을 그냥 Choir라고 부르며, 성가대 찬양순서인 ‘Sermonic Song’ 시간에 설교의 내용과 비슷한 찬양을 부른다 뿐이지 앞에 했던 찬양시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장르이야기2로 연결됩니다. http://eugenejulia.tistory.com/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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