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ugene
이번 주 금요일(10/4/2013)부터 다음주 주일까지 저희교회 14주년 기념행사들이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많은 게스트들이 오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오프닝 찬양은 저희교회 찬양팀에서 하는데 그 때 할 곡 중의 하나가 바로 Bless The Lord입니다. 이 곡은 전통적인 느린 템포의 블랙 가스펠송입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몇 번 했던 찬양입니다. 우선 찬양부터 한 번 들어볼까요?
이 동영상에서 3분까지가 제가 말하는 곡이고 3분 뒤부터는 빠른템포의 다른 Bless The Lord 를 연결했네요. 제목만 똑같은 다른 곡인거 같아요. 이 동영상을 보시면 2분 38초 부터 동양인들이 나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전통 흑인 예배에 참석하는 저들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지더군요^^ 저희 부부도 저런 집회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눈 씼고 봐도 백인은 커녕 동양인들은 저희들 밖에 없었거든요^^
아~ 이 찬양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짠… 하고 은혜가 구름같이 몰려 오네요...
블랙가스펠 공연장이나 흑인교회에서 하는 집회에서는 어김없이 관객들 중에 탬버린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제가 이런 공연을 보러 갔을때에도 바로 제 옆에 화려한 탬버린 실력을 자랑하시면서 무아지경에 이르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 때문에 좀 힘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전혀 개의치 않더라구요. -_- 흑인들의 문화.. 이런 면에서는 좀 생소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번에 저희 교회에서 할 버젼은 새롭게 편곡된 버젼입니다. Tye Tribbett의 Stand Out이라는 앨범에 있는 Bless The Lord 인데요. 모던 블랙 가스펠풍의 빠르고 에너제틱한 버젼입니다. Tye Tribbett의 앨범을 아직 저희 교회에서는 연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해볼수 있게 되서 정말 좋습니다. 한 번 들어볼까요?
편곡이 딱 제 스타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연주 너무 좋아합니다. 이제 악보를 보면서 제가 카피하면서 느꼈던 것들 조목조목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먼저 Hit사운드로 시작되는 인트로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댄스음악의 힛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은 댄스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모던 가스펠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도 이 소리를 좋아할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라이브 때는 정말 효과적입니다. 아직 한 번도 이 소리를 사용해 보시지 않은 세컨키보드 주자들은 한 번씩 사용해 보세요~ 죽입니다^^
이 곡에서 이 인트로는 다섯번이나 연주됩니다. 그만큼 연주자들이 애착을 가지는 프레이즈라는 것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귀한 진행은 우리들도 그대로 써먹어야만 하는 프레이즈입니다!! 여러분들이 편곡하시는 곡들의 인트로에 한 번 넣어서 사용해 보세요.
일렉기타나 색소폰이 선율을 연주하고 나머지 파트들이 리듬을 받쳐주면… 오~ 끝내주겠죠.^^
초반의 폴리리듬이 압권입니다. (8분음표단위로) 6 - 5 - 5 라는 약간 불규칙적인 폴리라 더 매력적입니다. 보통은 3- 3- 3이나 5 - 5 - 5 이런식으로 일정한 폴리리듬을 쓰는데 6 - 5 - 5… 요거, 요거… 앞으로 자주 써먹을 거 같습니다. 폴리리듬이 도대체 뭐여? 하시는 분들은 댓글로 질문 남겨 주시면 따로 설명해 드릴게요^^
코드진행 또한 예술입니다. 첫번째구의 세 코드는 I III IV로 무난하게 시작합니다. 두번째구의 세 코드는 더이상 다이어토닉이지 않습니다. 세컨더리 도미넌트로 살짝 발전시켰습니다. V7/IV -->IV 이렇게 IV를 꾸며주고 있습니다. 마지막구의 코드 세 개가 압권입니다. 동주조인 Eb Minor 키의 IV V VI을 차용했습니다.
클래식 화성학에서 Borrowed Chord(차용화음)개념으로 설명하구요, 재즈화성학에서는 Modal Interchange(모달 인터체인지)라는 훨씬 큰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버클리에서 사용하는 화성학 교재 4권에서 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V를 화성단음계가 아닌 자연단음계의 V라는 것이 전통 클래식 화성학과는 살짝 다릅니다.
두 마디를 진행하는 동안 이렇게 자연스럽게 차근차근 화성진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게 참 놀랍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두 마디는 투 - 파이브(Fm7 - Ab/Bb) 로 가볍게 마무리짓고 있네요.
인트로가 상당히 깁니다. 세번째 인트로입니다. 이 부분은 인트로이지만 곡 중간에 브릿지로도 쓰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리허설 마크를 그냥 브릿지라고 썼습니다. 베이스 기타의 삼바 필이 끝내주는 부분입니다. 삼바필링에 플룻까지 더해져서 까를로스 조빔이나 마일스 데이비스의 투투가 연상되기도 하네요. 듣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연주입니다~
Verse부분입니다. 역시 흑인음악의 핵심은 세컨더리 도미넌트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 끝에 나온 VII 같은 경우는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블랙가스펠에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V의 대리화음이 VII인데, 백인들은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흑인들은 가리지 않고 사용합니다.
Chorus 부분인데요, 첫 코드를 I도 대신에 VI도를 썼습니다. 타닉의 기능을 가지는 화음이 I, III, VI도이니 서로 간에는 대리화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V7/II (II의 V7)부터 연속적인 세컨더리로 꾸미구요. 자연스럽게 Abm7가 나올때까지 적절한 연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bm는 IV차용화음입니다. 그리고 드러머는 스네어를 맘껏 가지고 놉니다.^^
드럼의 솔로와 다른 악기들의 섹션이 참 멋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냅니다.
맨 마지막 줄의 Dm7 이 코드가 예술이죠. 이거 분석이 잘 안되실 겁니다. Dm7는 VI(Cm7)의 II 입니다. 근데 바로 다음에 IV 의 투 파이브(Bbm7 Db/Eb)가 나오기 때문에 VI 가 사라졌습니다. (저도 편곡할 때 자주 쓰는 수법입니다. 세컨더리 도미넌트를 위해 원래 코드를 날려버리는 고난도 테크닉입니다.^^) 그래서 Cm7앞에 있는 V 도 생략한 형태입니다. II 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 전달되었습니다. 재즈곡에서도 종종 V 가 생략되는 경우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참... 흑인들이 음악 만드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코드진행이나 느낌이 이미 어릴때부터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다는 것입니다. 흑인들은 이렇게 우리처럼 악보로 이해하지 않구요, 그냥 귀로 이해합니다. 세컨더리의 투 파이브나 차용화음 같은것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편곡없이 연주해도 이런 곡들이 그냥 나옵니다.
3년 전 쯤에 저희 교회에 로컬 콰이어분들이 오셔서 함께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피아노 연주자도 왔었어요. 그 친구는 열 두 살 정도 된 어린 아이였지요… 물론 흑인이었구요. 저는 베이스를 연주했었는데 제가 진행하는 라인과 그 아이의 피아노 라인이 너무나도 흡사해서 서로가 깜짝놀라서 연주 중에 서로 쳐다보았던 경험을 했었습니다. 연주 내내 서로의 머릿속을 서로가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음악적인 교감이 엄청났었습니다. 마치 저랑 오랜 시간을 연주해왔던 제 와이프와 함께 연주하는 기분이었죠. 문제는… 그 친구는 어리다는 사실이고… 그리고 음악공부도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거… 저는 그 나이 때 구슬치기를 했다는 것입니다.ㅠㅠ
아무튼 여러분도 잼나는 연주생활 하시고, 각자 하시는 음악들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PDF악보 입니다. 저의 소중한 악보입니다.
악보 가지고 가실 때 손가락 버튼 꾹 누르는거 잊지마시구요^^
(맨 뒷부분 연주파트는 저희 교회에서 안해서 카피를 안했는데 개인적으로 연주해보고 싶은 욕심은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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