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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on Thursday, February 2, 2012 at 9:21am



 옛날 60~80년대 영화를 보면 내용이 무겁고 슬픈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어릴 때 TV에서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를 보면서 이불 뒤집어 쓰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제목은 생각 나지 않지만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피아노를 갖고 싶어하는 어린 딸을 위해 피아노가 아닌 멜로디언을 사가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불구가 되고… 아~ 부담스러운 내용이 많았다. 근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거 싫어한다. 물론 나 또한 지금은 이런 구질구질한 내용은 싫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옛날 음악들은 단조로 된 곡이 많았다. 곡조가 우울하고 슬프다. 군가나 운동권 노래들도 대부분 단조곡이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비장하다. 교회에서 어버이 주일날 특송으로 단조곡인 ‘낳으시고 기르시며 손 등 야위신 내 어머님…’ 이 노래 ‘어머니(Mother of Mine)’를 부르면 눈물 흘릴 준비해야 된다. 눈물을 흘려야 할 그 순간이 사실 꽤 부담스럽다. 그래서 요즘 곡들은 대부분이 밝은 장조곡이다. 확실히 현대인들은 부담스러운 단조곡 보다는 밝은 장조곡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단조곡은 우울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음계의 태생 자체가 불완전 한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단음계만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게 또 다른 문제이다. 오늘은 이 ‘음계(Scale)’ 이야기를 좀 해 볼려고 한다.

 

장음계는 ‘도(1) 레(2) 미(3) 파(4) 솔(5) 라(6) 시(7) 도(8)’ 이렇게 되어 있는데 끝음인 7음과  8음 ‘시 - 도’ 사이가 반음 간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조곡은 곡조가 정확히 끝나는 느낌이 난다. 그런데 단음계는 상황이 좀 다르다.

단음계는 ‘라(1) 시(2) 도(3) 레(4) 미(5) 파(6) 솔(7) 라(8)’ 인데 7음과 8음 ‘솔 - 라’ 는 온음 간격이다!! 온음으로 간격이 넓기 때문에 곡이 끝나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다.


여기에서부터 단조의 비극은 시작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단음계의 마지막 7음 ‘솔’ 에다가 아쥬~ 심한 짓을 하게 되는데 ‘솔 - 라’ 사이를 반음으로 만들기 위해 ‘솔’에다가 #(샾)을 붙여준다. ‘솔# - 라’ 사이가 반음 간격이 되었다.


‘라 - 시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이제 단조도 장조처럼 곡조가 딱 끝나는 느낌이다. 확실히 ‘해결’ 이 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변화는 항상 제 2, 제 3의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바로 ‘파 - 솔’ 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것이다. ‘솔’에다가 #을 붙임으로써 증2도 라는 이상한 음정이 되어 버렸다. 증 2도는 굉장히 불안한 음정이므로 전통 서양음악에서는 사용을 잘 하지 않는다. 증2도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나오는 음악, 혹은 헝가리안 집시 풍의 아주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페르시안이나 집시 느낌을 나게 할려면 일부러 증2도를 많이 쓰면 된다.

참고로 헝가리안 집시 단음계는 이렇다.


라 - 시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한 음계에서 증2도가 두 개나 쓰였다. 직접 피아노로 한 번 쳐보시라~

 

하여튼 7음에다가 #을 붙힌 단음계를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 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화성 단음계에서는 6음과 7음을 연속해서 쓰지 못하게 되어있다. 

‘파 - 솔# - 라’ 이런식으로 못 쓴다는 이야기이다.


"왓?"

처음 작곡 공부할 때 꽤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럼 어떻게 곡을 쓰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해결법이 있단다. 파 - 솔# 이 문제니까 ‘파’ 에다가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파’ 에도 #을 붙히면 문제는 해결된다.


라 - 시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짠~!! 모든게 해결 되었다. ‘파# - 솔#’ 이렇게 6음과 7음에다가 #을 붙힌 단음계를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 라고 한다.


그럼 이 가락단음계가 단음계 중에서 가장 완벽한 음계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내 생각에는 이 가락 단음계야 말로 제일 이상한 단음계이다. 인위적인 변형을 두 번이나 하지 않았는가. 가락단음계는 단조의 특성을 거의 다 잃어버린 거의 장음계 같은 단음계이다. 3음만 #하면 그냥 장음계가 되어 버린다.


라 - 시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 그냥 A장음계이다.


단음계가 단음계의 특성을 잃어 버렸다면 더이상 존재의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거 아닌가...

 

옛날에 ‘우정의 무대’를 기억하시는가.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사진 꺼내놓고 엄마얼굴 보고나면 눈물이 납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 ‘어머니~’ 하고 외치면 나왔던 바로 그 음악! 역시 이 곡도 단조로 되어있다. 

‘눈물이 납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정직하게 쓰여진 가락 단음계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 혼자 자연단음계와 화성단음계로 바꿔서 불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맘에 안들었다...^^;


7,8음에 아무런 변형을 하지 않은 단음계가 오리지널이니까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 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단음계를 처음 배울 때 어려워 한다. 그 이유는 단음계가 세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 


그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각각의 단음계들이 서로 모자란 부분을 보완할려고 생겨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단음계는 없다. 그래서 단음계를 쓸 때는 상호보완적으로 이 세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 작곡하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모차르트의 40번 교향곡의 1악장을 들어보면 자연 단음계와 화성 단음계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하게 영상에서 첫번째장 악보가 나와있다. G minor곡임을 알 수 있다. 네번째 마디를 보면 자연단음계를 썼고, 여덟번째 마디는 화성단음계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주제부분에서 이렇게 실험적으로 곡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게 더 대단하다. 이 후의 곡이 발전되면서 이 두 스케일은 몇차례 더 대비되면서 나온다. 모짱!!


비발디의 사계는 어떤가. 가락 단음계가 이렇게 까지 자연스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서양음악 이론은 공부하면 할수록 감탄이 나올 수 밖에없ㄷ. 완벽하게 톱니바퀴가 맞아 굴러가는것처럼 모든 이론체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모든 조체계, 음률체계, 그리고 화성체계가 일관적인 법칙하에 구성되어져 있다. 공부하면 할 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 단조의 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오히려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단음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천상의 음악에서는 완벽한 단음계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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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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