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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얼마 전 CFNI에서 한인학생회 주최로 추석잔치가 열렸습니다. 외국에서 맞는 명절을 우리끼리 풍성하게 보내면서 학교 총장님 부부를 비롯한 스텝들도 초대해서 한국에도 미국의 Thanksgiving Day 같은 명절이 있다는 걸 알리고, 맛있는 음식과 전통게임 등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때 중간에 클래식 성악을 전공한 한 자매가 나운영 작곡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와 '주기도송'을 특별순서로 불렀는데요, 연주가 끝났을 때 모든 사람이 감동으로 열렬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걸 보면서 역시 우리 민족은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란 것과 함께 클래식 성악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클래식 성악은 특히 독창으로 부를 때 더 감동적이고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나 헨델의 메시야 등 합창음악도 참 아름답고 감동적이죠.) 남편도 대학시절 한 성악전공 친구의 리사이틀 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감동을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우연히 TV에서 '마술피리'를 보다가 참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마술피리는 조수미씨가 TV광고(오렌지주스 광고였나요? 잘 기억이 안나네요)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불러서 대중에게 더욱 알려진 곡인데요, 정말 사람 목소리로 피리 소리를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저렇게 높은 음(보통의 소프라노가 A6~C6(C4가 피아노 가운데에 있는 '도'이며, C6는 C4보다 두 옥타브가 높은 음입니다)까지의 음을 부른다면 이 곡에서는 C6보다 더 높은 F6까지 연주합니다)을 부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작곡을 할 생각을 했는지 싶어 다시 한번 모짜르트의 천재성에도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술피리 내용을 알고부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악곡 하면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음악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때 음악 시간에 슈베르트의 '마왕'을 들으면서 참 감동을 받았었는데요, 어떻게 저렇게 내용처럼 정말 긴박감 넘치게 잘 만들었을까 싶어서 신기했었습니다. 슈베르트 가곡은 다들 아시다시피 '예술 가곡'으로 유명한데요, 이전의 성악음악이 반주가 노래에 딸려 있었던 것과 달리 예술가곡에선 시와 노래와 반주가 동등한 위치를 갖게 된 거죠. 그래서인지 보통의 가곡과 달리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피아노가 아름다우면서도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마왕'의 경우도 너무 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음에 악보출판이 거절되기도 했고 그래서 세 번이나 수정되어서 네 가지 버전의 악보가 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막 입학하여 첫 음악수업을 했을 때인 거 같아요. 음악선생님께서 일년동안 음악수업시간 동안 반주를 맡을 사람을 뽑았는데요,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즉석에서 보여주게 되었어요. (즉석 오디션이었던 거죠..;;) 그 때 전 개인적으로 한창 리스트의 '사랑의 꿈'에 빠져있어서 혼자서 오랫동안 그 악보를 연습했었어요. 그래서 전 당연히 제일 화려한 부분 위주로 쳤는데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좀 허접하게 쳤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겉보기에 제일 화려한 곡이었기에, 지원한 아이들 중 저와 다른 친구 두 명을 놓고 반 아이들 여론은 제가 반주를 해야 한다는 거였는데요, 결국 음악 선생님의 선택은 교과서 제일 처음에 있었던 슈베르트의 '음악에'를 쳐보라는 거였어요. 근데 마침 그 친구는 어머니가 활동하시는 합창단의 반주를 오랫동안 했었던 지라, 그 곡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전 처음 보는 곡이었고, 안그래도 초견이 약한데다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리듬에 아~주 약했던 지라 8분음표로 계속되는 반주를 엉망으로 쳐서 제 진짜 실력을 들키고 말았죠...ㅋㅋ 아마 피아노 전공이셨던 음악 선생님은 처음부터 다 아셨지만 아이들 여론이 그러니 다시 그 곡을 치라고 하신 건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아무튼 전 그 때 슈베르트의 가곡은 어렵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참고로 다음은 랑랑이 치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입니다. 전 이 곡을 수백번은 들은 거 같은데요 랑랑은 특히 점점 고조되는 부분에서 아주 힘있게 잘 표현한 거 같아요.



당연히 저렇게는 못쳤구요, 그래도 좀 비슷하게는 쳤었는데 지금은 안친지 거의 20년이라 하나도 생각이 안나네요. 시간 나면 다시 한번 연습을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슈베르트의 '음악에' 입니다. 사실 이 곡은 그리 치기 어려운 곡은 아닌데, 초견에 칠려니 망친 거 같아요. 저도 알고 있던 곡이면 잘쳤을 텐데 말입니다..^^;



리스트가 수많은 작곡가들의 곡을 편곡한 걸로도 유명한데요, 슈베르트의 가곡도 '숭어', '마왕' 등 많이 편곡했어요. 원곡과 편곡된 곡을 비교하면서 들어봐도 공부도 되고 재밌을 거 같아요.

 

대학 때 성악 전공 오빠들이 작곡 전공들이 피아노도 잘 친다며 가끔 연습 반주를 부탁하곤 했었지만 저는 교회에서만 반주를 해봤지 그런 가곡 반주는 해본 적이 없어서 늘 거절을 했었죠. 그런데 제 절친은 수많은 가곡반주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옆에서 들고 다니는 가곡집을 구경하면서 악보만으로도 참 감탄을 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슈베르트의 음악을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전 어렸을 때 노래하는 걸 참 많이 좋아했었어요. 항상 앞서서 독창에는 빠지지 않았었구요, 늘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다양한 창법을 시도하곤 했었어요. 중학교 때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요. 보통 남자만 변성기가 있는 줄 아는데 여자도 변성기가 있어요. 변성기가 오면서 더 이상 생소리로 높은 음을 낼 수 없더라구요. 예전에 냈던 고음들이 생소리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가성으로만 불러야 했고 저음들은 여전히 생소리로 부를 수 있었기에 생소리와 가성과의 경계 처리가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서 도저히 부를 수가 없었어요. 노래에 자신이 없어진 거죠..ㅠ 그 후로 예전처럼 독창은 거의 하지 못했구요, 대신 저는 합창을 하기로 했습니다^^


합창 하니깐 또 어릴 때 아픈 기억이 생각나네요. 5학년 때 친구랑 같이 시립어린이합창단 시험을 친 적이 있었어요. 그 때가 한창 창법을 고민하던 때라 솔직히 맘에 들게 부르지 못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거 보다도 제가 떨어진 이유가 성격이 활발한 아이들을 뽑기 때문에 너무 얌전해 보였던 저는 안된 거였어요. 그런데 안타까웠던 건 5학년까지만 뽑고 6학년부턴 안뽑기 때문에 내년엔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다음엔 정말 잘할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그 후로 학교합창단을 비롯해서 교회 성가대를 10년 넘게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 가서 음악을 전공하게 되니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합창 수업이 좀 하기가 싫어지더라구요. (이상한 심리죠..) 1학점밖에 안되면서 학교 정기연주회 때가 되면 일주일에 몇시간씩 연습을 해야 하니 좀 힘들더라구요;;

아무튼 그 때 저희 합창을 지도하셨던 조영수 교수님(가수 조영남의 동생이세요)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교수님께선 개인적으로 비전공자들 합창 소리가 너무 이쁘고 좋다고 하시면서 비전공 합창수업 가르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여기서 비전공자는 성악 전공이 아닌 피아노, 작곡 전공을 말합니다. 성악 전공자는 합창 수업을 따로 했던 거 같아요.) 그 이유는 일단 작곡이나 피아노 전공자들은 초견도 좋고 음도 정확하면서 성악 전공자처럼 큰(?) 소리로 부르지 않고 편안하게 불러서인 거 같아요. 성악 전공자들은 워낙 독창을 많이 하다 보니 합창인데도 대부분 독창처럼 부르려고 할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구요. 


그 당시 정기연주회를 위해 연습했던 곡 중 베르디의 레퀴엠이 생각납니다. 십몇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저희집 책꽂이에 악보가 꽂혀 있는데요 (이런 귀한 악보를 버릴 순 없죠ㅋ), 다들 광고나 영화, 드라마 배경음악 등으로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곡을 연습하면서 베르디의 음악성에 정말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몰라요. 이 곡은 분명 조성음악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전조 때문에 오히려 거의 무조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래서 웬만한 노래는 초견에도 거의 100%로 연주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작곡이나 피아노 전공자들은 다 가능하실거예요) 절대음감이 아닌 상대음감을 가진 저로선 이 곡은 피아노 음을 쳐주는 걸 들어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보통 곡을 연습할 때의 일반인의 마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연습할 때마다 반음계주의자인 바그너 생각이 났는데요, 지금 글 쓰면서 검색해 보니 바그너와 베르디가 둘 다 1813년 같은 해에 태어났네요! 근데 그 외에도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두 사람이 비슷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아무튼 이 곡을 연습하면서 어디에서 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분석하며 적어놔야지 부를 수 있어서 전 연습하는 틈틈이 조를 적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바그너와 베르디 이 두 사람의 음악을 좀 분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결국 아직 못했지만요, 이 글을 읽으시는 작곡생도들은 꼭 해보시길 바래요~^^)


이 곡을 연습하면서 겪었던 또 다른 어려운 점은 바로 한번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이태리어로 불러야 한다는 거였어요. 사실 다른 언어를 공부했었던 저로서는 어떻게 읽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뜻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언어로 부른다는 게 많이 답답했어요. (각 악장의 가사 내용을 번역해서 나눠 주긴 했습니다만..) 알고 보니 성악 전공자들은 다들 독일어 딕션, 이태리어 딕션을 공부하더라구요. 그 때 성악 전공자들이 좀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대단했던 건, 합창 연습을 도와준 피아노 반주자였어요. 저희가 피아노 반주로 공연을 한 것이 아니라 원곡처럼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를 했기 때문에 사실 연습만 도와주는 반주자는 실제로는 공연을 하지 않았거든요. 안그래도 자기 연습할 것도 많을 텐데 그 어려운 곡의 반주를 하며 연습을 도와준 반주자를 다들 대단하다고 그랬죠. 그리고 전 그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를 피아노 반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탄을 했습니다. 저도 여력이 된다면 꼭 연습해 보고 싶은 곡이예요.


아무튼 실제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했을 때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엄청난 곡을 연주한다는 것이 참 뿌듯하고 기뻤어요. 다음에는 제가 연주하는 게 아니라 객석에 앉아서 꼭 다시 들어보고 싶은 음악입니다.

다음은 레퀴엠의 유명한 2악장 Dies Irae 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그렇게 무조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시 들어도 너무 감동적이네요!


또 제가 어릴 때 정말 감명 깊게 들었던 음악 중에 빈소년합창단의 음악이 있습니다. 변성기 전의 남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여자지만 저도 그런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수영로교회에 있을 때에 어린이합창단(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이 종종 연주를 하곤 했었는데요, 그 때 아직 저희 승리가 애기였지만 승리도 나중에 커서 저런 합창단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이합창단의 맑고 고운 목소리는 어른합창단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거 같아요. 


어떤 음악이 웅장하든, 섬세하든, 아니면 독창이든, 합창이든, 아니면 기악음악이든 노래음악이든, 또 클래식이든 재즈이든 락이든지 다 그 나름의 감동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노래에 감명받았던 중 또 하나로 20살 때 처음 들었던 샌디 패티(Sandi Patty)의 앨범 'Another Time, Another Place'가 있습니다. 샌디 패티는 미국의 CCM음악계의 거장으로서, 음악가정에서 자라나 어려서부터 투어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사실 대학에서 성악도 정식으로 공부한 분입니다. 

다음은 그 'Another Time, Another Place' 앨범의 첫 곡 'Unto Us'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이어지는 화려한 피아노 전주 때문에도 압도되었었는데요, 이 곡은 나중에 저희도 카피를 해서 몇 번 연주를 하곤 했습니다.

다음은 라이브 버전인데요, 화려한 전주는 생략을 해서 아쉽네요.



사실 샌디 패티 같은 경우는 별로 성악을 전공한 느낌은 안나는 거 같애요. 또 성악 공부와는 상관없이 원래 워낙 타고 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샌디 패티가 부르는 Upon This Rock입니다. 소향이 '반석 위에'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불렀죠.




요즘은 이렇게 성악을 하신 분도 클래식을 벗어나서 팝페라 등 크로스 오버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거 같아요. 클래식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한 곡들이 많지만, 갈수록 클래식을 많이 안듣는 시대 속에서 클래식 성악을 공부하신 분이 마음껏 그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와 음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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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적다보니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네요. 겨우 정리했습니다. 

또 너무 오래 적다보니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마무리가 너무 급하게 된 거 같아요..ㅠ

시간 나면 조금씩 수정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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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이 글을 읽고 몇마디 더...


클래식 음악

베르디의 음악을 들은김에 클래식 음악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클래식 음악이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유럽 전통 음악 정도면 맞는 말일까요... 하지만 편의상 클래식 음악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그게 더 익숙하니까요^^)


클라우디오 아바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저렇게 할아버지가 된 줄 모르고 저는 세상을 살았네요. 카라얀 이후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가 되었을 때가 제가 초딩때였는지 중딩초였는지 가물가물... 아마 초딩 말쯤이었던 거 같네요. 제 기억 속에는 그 때의 좀 젊었던 아바도의 이미지만 머리에 있다가 2002년도 영상보고 깜짝 놀랐네요. 지금은 또 10년이 더 지났으니 완전 할아버지가 되어 있으시겠네요. 세월이 무상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얼굴이 번스타인 삘이 살짝 나네요. 신기합니다^^


클래식 공부

베르디의 레퀴엠 진짜 좋네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음악적 감흥이 몰려옵니다. 어떻게 저런 대 곡을 쓸 수 있을까요... 저도 한 때는 저런 예술곡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20대 초반에는 실용음악이 대세라 생각하고 어느 시점에서 클래식 음악 공부하는 것을 완전히 접었더랬습니다.

그래도 20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말입니다. 음악이론과 현대음악 관련 서적은 안 본게 없었었죠. 더 이상 볼 책이 없게되자 공허감(?)까지 들더군요. 내가 볼 책이 더 이상 없단 말인가...^^ 한국은 확실히 번역되는 속도가 늦었어요. 결국은 원서를 보아야만 했는데 영어의 높은벽 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지더군요...ㅠㅠ


공부안하는 교수님(?)^^

그래서 어떤면에서 (정말 어떤면에서만...이론적인면에서만이겠네요) 제가 교수님들보다도 뛰어나기도 했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요. 

어느날 음악이론 시간에 교수님께서 질문하시길,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서 8음 음계를 만들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구요. 학생 중에 단 한명도 설명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설명을 했었죠. 그리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그럼 일정한 패턴으로 9음 음계를 만들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교수님은 안 될거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깜짝 놀랐었죠. 왜냐하면 올리비에 메시앙 자신이 직접 쓴 "메시앙 음악어법" 이란 책을 보면 다 나와 있는 내용이었거든요. 저는 의아해 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책을 교수님이, 그것도 작곡 교수님이 모르실수가 있나...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결국 제가 설명을 했고 교수님은 민망하셨는지 쓰다 달다 얘기도 없고 "어~ 되네..." 하고 그냥 넘어가시더라구요. 그 때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제가 나이가 좀 드니 지금은 그 교수님이 이해가 됩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


감상할 수 있는 음악

말이 샜네요.확실히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라는 걸 이 곡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네요. 전통 유럽 음악은 확실히 인류 문명의 소중하고 위대한 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의 원뿌리이기도 하구요.(민속음악은 제외하구요) 


단, 어렵게 쓰여졌기 때문에 요즈음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정말 신세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럽 전통음악(클래식 음악)들은 굉장히 치밀한 구조와 형식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화음구조와 곡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머리속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어진다면, 단연 최고의 감상적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곡을 듣는 내내 긴장감 같은게 있습니다. 곡이 어떻게 전개되고 진행될지 손에 땀이 쥐어질 정도입니다. 


이 긴장감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물론 몇몇 재즈 음악은 클래식과 버금가는 수준의 감상이 가능한 곡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처럼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을 가지기는 힘듭니다. 그 이유는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음악하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제 생각은 클래식 음악은 확실히 예술음악입니다.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은 감상할 꺼리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듣고 있으면 건질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것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

하지만 이것은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음악을 더이상 감상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즐기는 시대입니다. 감상하고 앉아있을 여유도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할려고 노력할 이유도 없습니다. 신나는 음악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은 대중적일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신나는 드럼소리와 비트있는 음악이 좋지 "짠짠짠~"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더이상 매력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뜰 수만 있다면 엄청난 문화적 재산을 소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나 누릴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음악의 진지함을 추구하는 소수의 매니아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여기서 매니아란 교양있는 척할려고, 있어 보이게 할려고 클래식 음악 듣는 사람들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클래식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감상자가 되다

저는 한 때 클래식 공부를 했던 시간들이(물론 나에게 좋은 시간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시간 낭비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할 음악들을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꽤나 오래 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클래식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너무 좋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곡이 이해가 되어지고, 심지어는 작곡자의 의도와 마음까지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문화적 유산을 훨씬 잘 누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말입니다. 클래식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다 라고만 해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주를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음악만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연주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감상자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다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음악학도로써가 아닌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자로써의 느낌을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꼈던 것이지요. 나의 공부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절대적 역할을 한 것을 보면서 클래식 공부한게 잘 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

암튼 베르디의 레퀴엠 너무 좋네요. 사실 학창시절 작곡 공부 할 때, 베르디는 접해보지 못한 작곡가였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작곡계의 분위기는 고전에서 바로 현대로 넘어가는 경향이 강한거 같습니다. 저만 그랬나요... 저 같은 경우는 그 방대한 낭만시대와 근대에 대한 고찰이 많이 부족합니다. 남은 저의 평생은 낭만과 근대 음악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곡과 위대한 작곡가들이 이 때 무더기로 쏟아졌는데 말입니다. 요즘같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우리의 삶을 더욱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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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샌디패티의 Unto Us

샌디패티의 Unto Us, 이 곡에 매료되어서 옛날에 이 곡을 몇 번 연주하기도 했었는데요. 샌티 패티의 옥구슬 굴러가는 영롱한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좋습니다.그리고 샌디패티 음악의 편곡은 정말 왕인거 같습니다. 편곡왕!! 어떻게 저렇게 멋있는 인트로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저런 음악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음악공부를 했었는데요... 지금의 제가 살짝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저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ㅠㅠ


제프 포카로

그리고 이 곡의 드럼은 그룹 토토의 제프 포카로가 쳤는데요. 다소 촌스러운 80년대 사운드^^에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집니다. 제가 느끼는 제프의 연주는 항상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어떡게 저렇게 적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듭니다. 이 곡에서의 연주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적절함... 적절하다는 말 외에는 다른 용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확실한 기본기가 돋보이는 그의 깔끔하고 정돈된 연주는 이제 더이상 라이브로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조금 일찍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로잔나"에서 보여준 그의 독특한 셔플필은 이젠 고전을 넘어 전설이 되었죠. 많은 드러머들의 귀감이 되었던 제프의 연주도 좋구요. 


네이썬 이스트

베이스는 포플레이의 네이썬 이스트가 연주했는데요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거의 맞을겁니다^^;;) 정말 지금 들어봐도 베이스 라인이 환상적입니다. 그의 연주는 예술이지요.십 몇 년 전에 제가 낙원상가 베이스 파시던 분한테 네이썬 이스트 좋아한다고 하니까 저를 이해 못하시더라구요. 마커스 밀러같은 사람이 좋지 않냐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의 연주도 좋지만 저는 네이썬의 음악성을 굉장히 높이 사고 있었거든요. 최근에 와서야 한국에서도 네이썬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도는거 같더군요. 확실히 포플레이의 위용이 크긴 큰가 봅니다.^^ 이 곡에서도 그의 베이스 라인을 듣고 있노라면 다른 악기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베이스의 라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암튼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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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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