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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on Thursday, March 15, 2012 at 3:20am


나의 어머니는 평생 피아노를 치시는 분이셨다.

물론 지금도 피아노를 늘 연습하신다.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늘 명곡집과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클래식 곡들을 연습하셨다.

어릴 때 친구가 피아니스트 서혜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내가 대뜸 한다는 말이 “서혜경 보다 우리 엄마가 피아노 훨씬 더 잘 친다.” 였다.ㅋㅋ

어릴 때 나는 정말로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피아노를 제일 잘 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평생 교회에서 반주자로 섬기셨다.

그래서 어릴 때 나는 늘 성가곡들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하셨다.

어머니 왈, “요즘(80년대) 나오는 곡들은 악보가 없는데

요새 애들은 기타 코드 반주법(?)으로 피아노를 친다더라.”

본인은 기타 코드 반주법으로 피아노를 잘 못 치시는데

이제 갓 올라온 중, 고등학생 반주자들은 악보 없이도

코드 보고 반주를 잘 한다는 것이었다.

평생 피아노 연주를 최고의 낙으로 삼고 살아 오신 분이신데

적잖은 충격을 받으신 듯 했고, 젊은이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신 듯 했다.

 성가곡들은 피아노 반주가 나와 있기 때문에 악보만 읽을 수 있으면

악보대로만 연주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80년대로 넘어오면서 가스펠 송이 유행하면서

젊은 오빠들이 통기타 들고, 젊은 언니들은 코드하고 멜로디만 나와 있는 악보만 보고

신나게 피아노를 쳤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악보 없이 피아노 치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어머니께서는 ‘기타 코드 반주법’ 이라는 좀 웃기는 제목의 책을

열심히 독파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좀 시간이 흐르고 어머니께서도 기타 코드만 보시고 신나게 피아노를 치셨던 것을 기억한다.

나도 그 때 어머니에게서 비장의 코드 비법을 전수 받았다.

그 날 이후 나도 기타 코드 반주법으로 미친듯이 피아노를 쳐댔다.

하지만 어머니의 스페셜 초 울트라 기타 코드 반주법은

교회 누나들이 반주하는 거 만큼은 세련되지 못했다.

결국은 평생 열등감 아닌 열등감을 갖고 계실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교회에서 반주하시는 분들 중에 여전히 우리 어머니와 같은 분이

의외로 많다는 걸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다.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내가 피아노를 가르쳤던 대상이 교회나 찬양팀 반주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고충과 문제, 안타까움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특별히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에게 잠시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

교회에서 오래 반주 하신 분들 외에도 특히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신 분들은

교회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분들이 많다.

성가곡만 하면 문제가 없는데 찬양팀 반주를 할 때는 좀 짜증이 날 것이다.

코드만 보고 환상적으로 반주하는 전공도 안한 어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아마 자존심에 금이 팍팍 갈 것이다.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던것 처럼…

그리고 찬양팀 물을 오랫동안 먹은 사람들 중에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를 은근히 폄하하는 이들도 많다.

전공했다는 사람이 반주 센스가 너무 없고 리듬감도 없고 촌스럽게 친다는 것이다.

 

전공자들은 이래 저래 이, 삼중고를 겪는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 피아노를 전공했으니

당연히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에 그것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데 전공도 안한 어린 애들이 자기보다 더 잘하는 것을 보고

짜증이 몰려 온다. 게다가 찬양팀 리더는 은근히 비교하며 무시까지 날리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내가 20여년 간 레슨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를 가르칠 때 나는 제일 신이 난다.

왜냐하면 이들은 500% 준비되어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 자들이다.

이들은 단지 다른 음악을 다른 어법으로 배웠을 뿐이다.

클래식 음악을 배웠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 그들은 전문가이다.

다만 요즘 교회에서는 팝음악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단지 맞지 않고 익숙지 않을 뿐이다.

그 어려운 쇼팽이나 리스트를 자유자재로 칠 수 있는 자들에게

함부로 폄하하기에는 좀 섣부른 판단이라 생각한다.

레슨 진도가 보통 사람보다 세 배 에서 심지어 열 배는 빠르다.

클래식 전공한 사람들이 제대로만 배우고 관심만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컨템포러리 음악도 잘 할 수 있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실제 내가 이 때까지 경험해 온 것이다.

 

무슨 분야든지 제일 중요하고, 어렵고, 하기 싫은 부분이 바로 기초 부분일 것이다.

피아노도 기초에 대한 설명이 가장 길고 복잡하고 어렵다.

그리고 지루하기 까지 하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기초만 잘 닦여져 있으면 음악 이론만큼 쉬운것도 없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

이들은 기본기의 끝을 본 사람들이다.

 

 어쨌든 이 지면을 통해 조금이라도 피아노 반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CCM반주 특강을 몇 회 실어볼까 한다.

특강 몇 회 본다고 연주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저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아주 약간의 도움 정도면 그걸로 만족한다.

기본 개념 잡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피아노를 못 치시는 분들도 이 번 기회를 통해

“피아노는 이렇게 치는 거구나” 하고 음악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암튼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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