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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10여년 만에…

몇 일 전에 바흐의 평균율과 베토벤 소나타를 연습해 보았습니다. 클래식 피아노는 참으로 오랜만에 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바흐와 베토벤을 연주하는 동안 저는 큰 전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연습하다 말고 고함을 고래 질렀습니다. 몰려오는 흥분을 참고 있기에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제 와이프와 아이가 저를 또라이 보듯 쳐다 보았습니다. 저는 그 눈빛들에 대꾸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가히 세상의 모든 음악 중에서 최고임에 틀림없습니다. 고도로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과 조합들이 이해 되어질 때 느끼는 쾌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감상이라고라?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클래식 음악이란 것이 확실히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곡의 구성과 작곡방식이 너무나 어려워서 고난도의 감상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에 감상이라는 단어는 뭔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안그래도 복잡한 시대에 그냥 딱 듣고 좋으면 그것이 좋은 음악이겠지요. 느낌이 좋은 음악을 선호하는 시대입니다. 어느 누가 머리 아프게 음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생각하며 1주제와 2주제의 대비를 생각하며 음악을 들을까요… 확실히 클래식 음악은 그냥 딱 듣고 “와~ 좋다!!”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합니다. 교향곡 한 악장 전체를 들으면서 손에 땀을 쥐면서 흥분과 기대에 찬 마음으로 듣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클래식 매니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 소수의 매니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매니아들 중에 어느정도는 가짜들도 존재합니다. 음악은 이해 못하면서 그냥 고상한 척 할려고 하는 사람들도 그 중에는 있어 보입니다. 저는 정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아낍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야 맞는거 같습니다. 저는 많은 클래식 음악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정말 클래식 매니아입니다. 제시된 주제가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어떤 전조를 거쳐서 다음 부분으로 전개되는지를 심장을 졸이면서 흥분된 상태에서 음악을 듣게 됩니다. 어떤 때는 정말 작곡자의 마음을 읽을 때도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병적인 분석 정신 때문인데 학창시절 부터 정말 많은 곡들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과 수많은 모차르트의 곡들, 쇼팽, 리스트, 브람스, 슈만,십여곡의 심포니곡 분석, 그리고 합창시간에 했던 모든 곡들과 제가 연주했던 모든 곡들, 그리고 현대 작품들까지… 정말 닥치는 대로 분석했었죠.

 

위대한 작곡가들

학창시절 때 베토벤 소나타를 분석하면서 얼마나 놀라고 놀랐던지… 정말 베토벤 같은 작품세계는 제가 걸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모차르트의 곡보다 더 아름다운 곡이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쇼팽과 리스트 만큼 피아노를 아름답고도 능숙하게 표현 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브람스의 아름다운 슬픔을 어느 누가 표현할 수 있을까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제전 만큼이나 매력적인 곡이 또 있을까요. 혼돈과 파괴 속에 존재하는 질서, 광폭적인 에너지는 메탈리카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열정을 도대체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요. 드뷔시의 그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감동은 저를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게 만듭니다. 바흐의 끝없이 펼쳐지는 폴리포니의 세계는 정말 제가 평생을 다해도 다 이해하지 못할 끊임없는 탐구의 열정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합니다.

 

감사…

저는 세상에 이런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얻는 정신적 행복과 감동들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저는 클래식 말고도 다른 몇가지 장르의 음악들도 좋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은 클래식 음악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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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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