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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on Thursday, February 9, 2012 at 12:02pm



나는 만 여섯살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맨 처음은 바이엘부터였다. 오른손 연습 마치면 왼손 연습이 시작된다. 그 다음은 양손연습인데 나는 양손연습에서 피아노를 포기했었다.헷갈려서 도무지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바이엘도 떼지 못한 채 피아노를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바이엘을 떼면 다음은 체르니100번과30번, 다음은 체르니 40번이다. 보통 여자아이 기준으로 체르니 30번 중간에서 체르니40번 정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한국은 교육열이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높다. 음악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가정에 피아노 없는 집이 있는가. 하지만 이렇게 높은 교육열과 극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은 몇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교재의 문제이다. 피아노 교육에 적절하지 않는 교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바로 바이엘과 체르니이다. 바이엘과 체르니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게 나의 결론이다. 체르니로 교육하면 반드시 두 가지 폐해가 나타나게 된다.

 

그 첫번째 폐해는 피아노를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피아노에 질려버려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피아노를 더이상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는 사람도 여럿 만나 보았다. 낭만주의 피아니스트의 양대 산맥을 들라면 당연히 쇼팽과 리스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쇼팽을 더 좋아하지만 기교적으로만 볼 때는 리스트를 좀 더 쳐줄 수 있다.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을 들어 보면 정말 기교의 정점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제목부터가 부담스럽지 않은가ㅋㅋ. 피아노의 파가니니라 불리우는 리스트, 바로 이 리스트의 피아노 선생님이 바로 (우리의) 체르니 선생님이시다. 놀랍지 않은가? 체르니로 공부하면 리스트 비스무리한 음악가가 배출된다는 말?^^

 

그런데 문제가 무엇인가? 우리는 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엘에서 피아노를 포기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체르니는 너무나 어려운 교재인 것이다. 물론 체르니를 칠 만한 적절한 때에 접하면 이 책은 당연히 최고가 될 수 있다. 초딩 때 체르니 40번은 많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체르니를 접하게 되는 수 많은 초딩들이 끝도 없는 체르니의 연습곡들을 수 년간 연습하면서 하는 생각은 무엇일까? “피아노는 지겹다. 피아노는 재미없다. 피아노는 정말 치기 싫다…” 는 생각들일 것이다. 체르니 때문에 피아노에 대한, 혹은 음악 자체에 대한 마음이 닫힌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깝다. 어릴 때 억지로 피아노 쳤던 사람들의 피아노는 지금 다 장식용이 되어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치기에는 체르니는 좀 부담스럽다. 그리고 진도도 너무 빠르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와서 비로소 체르니 30번을 쳤다.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맞다. 피아노로 대성하기에는 확실히 늦었다. 하지만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체르니 30번을 치는 내내 행복했었다. 연습곡이지만 너무나 좋은 곡들이 많았다. 나는 음악 전공하면서 늦게 배운 피아노 실력 만회 할려고 연습실에서 꽤 많은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 연습실에서 열심히 하농과 체르니를 치고 있으면 밖에서 학생들이 수군거린다. “진짜!! 누가 맨날 하농하고 체르니만 치냐?” 한마디로 쪽팔린다는 것이다. 무슨 초딩이 대학교 음대 연습실에서 연습하는거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그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이런 곡들을 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었다. 정말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노를 치니 실력도 빨리 늘었다.

 

나는 내가 치는 곡들 한 곡 한 곡 대할때마다 그 곡에 대하여 최선을 다했다. 화성분석, 악곡분석, 시대배경 연구 등…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했다. 피아노 부전공 곡으로 1학년 1학기 때는 베토벤 비창 1악장을 쳤고 3학년에 이르러서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새벽에 연습실에서 나하고 4학년 선배 누나 단 둘이서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선배와 똑같은 곡이어서 아침 내도록 둘 다 똑같은 곡을 몇 시간 동안 꽝꽝 쳐댔으니 서로가 민망해했던 기억도 선하다.^^  

 

그럼 두번째 폐해는 무엇일까? 정말 다행스럽게도 체르니를 잘 따라오고 또 좋아하는 학생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이후에도 꾸준히 레슨을 받아서 피아노 전공자가 되는 확률이 높다. 얼핏보면 잘 된 거 같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심각한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체르니로 중무장한 연주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렇다. 음악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손가락만 겁나게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보도 아주 잘 본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진짜 악보를 잘 보는게 아니라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음표들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분명히 훌륭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단지 거기까지가 전부라는 것이다.

 

사실 이건 체르니 교본의 문제라기 보다는 체르니가 다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다라고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체르니가 피아노 교육을 할 때 자신의 교본으로 손가락 기교만 가르쳤을까? Never!! 절대 아니라고 본다. 실제 체르니는 그의 교재를 손가락 기교를 키우는 용도로 아주 잘 썼을 것이다. 그리고 기교 이외의 음악이론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가르쳤을 것이다. 체르니는 피아니스트이기 이전에 작곡자이다. 작곡자의 머리속에는 곡을 만드는 생각으로 꽉 차있다. 음악 전반의 모든 지식이 있을때에만 작곡이 가능하다. 이런 그가 테크닉만 가르쳤을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의 리스트는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곡을 쓰는 원리를 피아노와 함께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체르니식 교육으로 훈련되어진 사람들은 음악 해석을 잘 못할 수 밖에 없다.

체르니 교본으로 곡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오직 악보 보는 훈련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전혀 교수법이 고려되지 않은 책이다. 곡 속에서 왜 이런 패세지가 나오는지 왜 중간에서 이런 식으로 조가 바뀌는지 등을 모른다. 심지어는 어떤 스케일을 썼는지 조차도 모른다. 간단한 악곡 분석과 화성분석 정도는 기본이다. 무런 음악적 이해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그냥 일차적인 것이다. 손가락만 빨리 돌아간다고 절대로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없다. 당연히 손가락은 당연히 빨리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악기 전공자들이 연습실에 쳐박혀서 죽어라 연습하는 것이다. 일차적인 테크닉이 해결된 다음 더 높은 차원의 음악의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져야 하는데 이게 힘들다는 거다. 연습하는 거 만큼 음악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데 어릴때부터 곡만 주루루~ 잘 치면 된다는 분위기에서 자라온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게 잘 안된다.

 

음악 대학교 들어가면 갑자기 음악에 대한 것을 배우게 된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말이다. 화성학을 배운다. 이거 배우면서 학생들 기절한다. 음악사도 배운다. 학생들 지루해서 죽을려고 한다. 음악 분석을 배우고 고등악리를 배운다. 시창 청음도 한다. 대위법, 전공, 부전공 그리고 교양 과목까지… 많은 내 친구들이 이 딴 거 왜 배우냐는 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친구들의 태도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안하다가 갑자기 하니까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자고로 처음부터 제대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대학 3학년 2학기 피아노 부전공 레슨 받을 때 드뷔시의 La Colomba(비둘기) 라는 아주 간단한 곡을 골랐었다. 그 학기에는 피아노를 연습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고른 곡이었다. 레슨 첫째날 선생님께서 대뜸 나한테 이러는 것이었다. “너 이곡 정말로 다 외워서 연주 할 수 있겠니?” 내 대답은 간단했다. “네, 이 곡은 쉬운 곡인 거 같은데요.” “뭐 이 곡이 쉽다고?” 그 선생님은 이 곡이 왜 쉬운지 모르는 듯 했다. 내가 봤을 때 그 곡은 드뷔시가 딱 두개의 스케일로 장난치듯이 쓴 곡이었다. 홀 톤 스케일과 펜타토닉 스케일, 이것만 이해하면 이 곡은 외우고 할 것도 없는 곡이었다. 테크닉적으로도 아주 쉬운 곡이었다.(그래서 고른 곡이었다.ㅋㅋ) 그 선생님은 홀 톤 스케일이나 펜타토닉 스케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레슨 중에 그 곡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구성 되어 있는지, 드뷔시가 그 곡에서 어떻게 변화를 줬는지, 하다못해 스케일이 무엇인지 등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셨다. “그냥 이음줄은 연결해라. 쉽표는 좀 더 끊어서 하라…” 이게 레슨인가…

 

이제는 피아노 교육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대안이 무엇인가? 그렇다. 일단은 좋은 교본이다. 교사의 자질이 좀 부족해도 기본적으로 교본이 좋으면 많은 부분이 커버가 된다. 음악 전반적인 것을 총망라 해서 좋은 예제들과 함께 또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창의적으로 만든 교본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런 교본들이 사실은 존재한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사실은 80년대에 이미 “베스틴” 이라는 교재가 한국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어떤 피아노 원장 선생님은 그 옛날 80년대에 이미 베스틴 교육을 받기 위해 일본까지 가셔서 전수 받아 오신 분도 계시다. 내가 처음 베스틴을 본게 고딩 때인지 대딩 초반 때인지 인데, 보면서 느낀점은 “와~ 재밌겠다.” 였다. 대학생이었던 내가 쳐보고 싶은 생각이 다 들 정도였다. 베스틴은 테크닉 뿐만이 아니라 악보 보는 훈련, 시창, 청음, 화성학, 악곡 분석, 즉흥연주 이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결정적으로 클래식 기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클래식 스타일 뿐만 아니라 팝, 재즈까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진정한 실용 음악 교재?ㅋㅋ


사실은 그 원장 선생님은 아내의 이모님이시다. 아내는 그 이모님을 통해 베스틴으로 확실히 교육받은 사람이다. 아내의 음악성에 감탄할 때가 많은데 아내도 그 이유를 자기가 베스틴으로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내는 지금 흑인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코드 어레인지 실력이 대단하다.내 상상을 초월하면서 만들어 내는 코드 라인과 필링에 놀랄때가 많다.


근데 알고 보니 미쿡에는 베스틴 뿐만 아니라 “알프레드“피아노 어드벤쳐” 같은 좋은 교본들이 많았다.사실 알프레드는 대충 훑어 봐서 잘 모르겠고 내 여덟살 난 아들의 피아노 교육을 위하여 피아노 어드벤쳐를 구입해서 내가 직접 가르쳤는데 교재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내가 이런 훌륭한 교재로 공부했다면 지금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ㅋㅋ 이 교재들로 피아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탄탄한 음악성이 생길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지금 한국의 피아노 학원들을 웹에서 한 번 검색해 보았다. 많이 진보된 학원들도 눈에 띄였지만 역시나 여전히 “바이엘” 과 “체르니” 였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역시나 였고 실재로 확인해 보니 좀 더 충격이 크다. 시대가 어떤시대인데 이렇게 발전이 없을 수 있나 싶었다.

 

근데 사실 또 다른 문제가 있긴하다. 나같은 체르니 세대가 이 교재들을 제대로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좀 따른다는 것이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베스틴이나 피아노 어드벤쳐 같은 좋은 교재를 가지고서도 결국은 체르니처럼 가르친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이 악보대로 치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앞에도 언급했지만 아직도 바이엘과 체르니가 다인줄 알고 아직까지도 이 교재들만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물론 체르니를 버릴 수는 없다. 어느정도 수준의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체르니를 가르친다면 이 책은 최고의 빛을 발할 것이다. 단지 악보대로만 치기에 급급한 일차적 교육에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음악적 지식들과 함께 병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베스틴이나 피아노 어드벤쳐 같은 교재들은 클래식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룬다. 하지만 클래식을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체르니를 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클래식 음악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생을 연구하고 연습해도 제대로 연주하기 힘들다. 이런 높은 수준의 음악을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배운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시대는 바뀌었다!! 좋은 교재좋은 교육으로 한국의 피아노 교육이 날로 발전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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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 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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